작성일 : 04-12-17 17:08
[한겨례 신문] 남궁산의 장서표 이야기
 글쓴이 : 남궁산
조회 : 1,994  
남궁산의 장서표 이야기-금강 스님

“눈이 펑펑 내려 달마산이 하얗네요. 눈 속에 동백과 매화라니… 금강”

며칠 전 눈이 오던 날 스님이 보낸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다.
한반도 남쪽 끝 해남의 아름다운 천년고찰 미황사. 그곳에 가면 달마산의 눈부시게 하얀 암벽병풍과, 처절하게 아름다운 낙조와, 붉디붉은 동백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천진하고도 해맑은 미소의 금강 스님을 만날 수 있다.
스님은 그곳에서 마을 주민들과 더불어 지내며 대중과 더욱 가까운 절 만들기에 동분서주한다. 매년 여름과 겨울엔 한문학당을 열어 아이들에게 한문공부는 물론이고 자연과 함께하는 문화체험의 현장을 마련하고 있다. 또 가을이면 달마산 하늘의 별과 달을 차마 혼자서 보기 아까워 마을 사람들과 부근의 예술인들과 함께 ‘산사 음악회’를 연다. 이제는 조그만 마을잔치가 소문이 나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큰 축제가 되었다.
금강 스님과의 첫 인연은 1990년대 중반 그가 잠시 미술관장을 맡고 있던 백양사의 고불미술관에서의 개인전 때였다. 그때 전시는 뒷전이었고 봄바람을 따라 스님과 남도기행을 신나게 했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는 예술적 소양이 풍부한 학승이다. 대학원에서 불교미술사를 공부하였고 석탑이나 부도의 문양 등을 탁본을 해서 서너 차례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또 목청아 좋아 염불도 구수하게 잘한다. 언젠가 내 전시회 뒤풀이 자리에서 부른 속세 노래 〈찔레꽃〉의 절창으로 동석했던 지인들이 입을 못 다문 채 감동한 적도 있었다.
한번은 스님과 함께 달마산 산행을 했는데, 암벽을 겅중겅중 뛰며 앞서가는 그를 쫓아가려고 고생했던 적이 있다. 과거 임란 때 왜군들을 혼비백산케 했던 승병들의 기상이 그런 모습이었을까.
스님은 퇴락했던 절집을 지금과 같은 미황사로 만들어놓은 주역이다. 그는 손수 지게를 지어 돌을 나르거나 굴착기를 직접 운전해서 흔적만 남거나 다 쓰러져가던 전각들을 복원했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그곳의 주민들이 ‘지게스님’이라고 별명을 붙여 주었을까.

나는 잃어버린 미황사의 범종을 복원하려는 스님을 위해서 그의 장서표에 범종을 시주하였다. 그의 대승적 자비의 마음이 종소리처럼 멀리 퍼지기를 바라면서.

판화가 san@namkung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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