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3-21 10:47
한 마음 한 뜻으로 전념하라
 글쓴이 : 에포케
조회 : 255  


한 생각 깨닫고 보면 허공이 무너지고 
발을 한 발 들어 옮겨놓고 보니 대지가 무너진다. 
종횡이 자재무애하니 걸림돌이 없고 
목인과 석녀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一念頓悟虛空裂이요
擧足一步大地沈이로다.
縱橫自在無罣碍요
木人石女歌詠舞로다.
청산과 구름과 달을 벗을 삼고
물소리와 맑은 바람소리로 무생곡을 삼도다.
부처님 칭찬하는 노래 한정 없는 뜻을
누구와 더불어 담론하며 항상 기뻐하리오.
靑山雲月爲伴侶하고
水聲淸風無生曲이로다.
佛讚歌詠無限意를
與誰談論常娛喜리요.


| 솥뚜껑 손잡이를 쥐고 바라춤 추다
예전에 저 나름대로 한 소식 했다 하고 읊었던 게송입니다. 청암사 있을 적에 제 딴에는 처음에 한 소식 했다고 고봉 스님을 찾아가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스님, 눈을 감고 있어도 삼천대천세계가 훤히 보입니다. 개미 기어가는 것처럼 전부 보입니다.” 고봉 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거 가지고는 안 돼.” 그래서 제가 한 마디 더 일렀습니다. 

“見聞如虛空 覺知湛如水 湛然虛空中 卽見本來人입니다. 보고 듣는 것은 허공과 같고 깨달아 내가 감각으로서 아는 것은 담담한 물과 같습니다. 허공과 담담한 물과 같은 둘이 아닌 가운데 내 본래인을 보았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직 멀었다!” 

한걸음에 통도사 극락암에 계시는 경봉 스님을 찾아갔어요. 경봉 스님을 찾아가서 그 경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눈을 감으면 삼천대천세계만 보이는 게 아니고, 신도 집을 보면 신도가 누워서 자는지, 참선하는지, 염불하는지, 다 보이제?” “예, 다 보입니다.” “그게 아뢰야식이 맑아져서 그렇다. 거기서 한 단계 더 넘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청암사로 돌아가 열심히 기도정진을 했어요. 그러니 또 경계가 달라졌습니다.

다시 고봉 스님을 찾아가서 여쭈었습니다. 노장님이, 옳다, 그르다 대꾸가 없어요. 그래서 다시 경봉 스님께 가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경봉 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만하면 됐다.” 그래서 여쭸습니다. “인가해 주시는 겁니까?” “아니다. 너는 고봉 스님 밑에서 수학했으니 고봉 스님께 인가를 받아라. 내가 해주면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

단박에 고봉 스님께 가서 경봉 스님 말까지 다 이야기했습니다. 고봉 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만하면 됐다. 이제 남의 말에 속지 말거라.” 그렇게 제게 전법게를 내어주셨습니다.

깨달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깨달음과는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어서 성불해야겠다.’ 하면 점점 성불과 거리가 멀어집니다. 그런 생각을 다 버리고 오직 한 마음 한 뜻으로 화두에만 전념해야 합니다. 그렇게 전념하면 배고픈 줄도 모르고 잠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누가 와서 이렇게 이야기해도 귀에 하나 들리지 않아요. 이쯤 돼야 한 소식 합니다. 그저 걸음걸음 해서 한 소식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해보니 저 청산과 구름이 다 벗입니다. 바람소리, 물소리도 전부 부처님 찬탄하는 노래와 법문으로 들립니다. 이 좋은 소식을 더불어 말할 사람이 있느냐? 말할 사람이 없습니다. 말할 사람이 없으니 부엌에 들어가서 솥뚜껑 손잡이를 쥐고 바라춤 추듯이 춤추는 거예요. 저절로 춤이 나오고 부처님 찬탄하는 소리가 나옵니다.


|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인도에 일곱 현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일곱 현녀가 산책을 했습니다. 걷다가 시체를 버리는 곳인 시다림屍多林으로 갔습니다. 한 현녀가 시체를 하나 턱 가리키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시체는 저기 있는데 사람은 어디에 갔는가.” 그 말을 하자마자 현녀들이 전부 그걸 관찰해요. ‘시체는 저기 있는데 저 주인공은 어디 있는고.’ 그 생각에 일곱 현녀가 모두 깨달아버렸습니다. 

일곱 현녀가 동시에 깨닫자 천상계까지 진동을 했다고 합니다. 제석천이 지혜의 눈으로 살펴보고 신통력으로 그 자리에 내려왔습니다. 현녀들 앞에서 오체투지로 삼배를 하고 말했습니다. “현녀들이시여, 무엇이든지 아쉬운 게 있으면 말씀을 하시오. 내가 다 제공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일곱 현녀가, 한 마음처럼 똑같이 말을 합니다. “우리 집은 네 가지 일과 일곱 가지 보물들이 모두 구족하지만 오직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주세요. 첫째, 뿌리 없는 나무 한 그루요. 둘째, 음지와 양지가 없는 땅 한 조각이요. 셋째, 소리를 질러도 메아리치지 않는 산골짜기 한 곳입니다.”

제석천이 듣고 보니 자신도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세 가지는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현녀들이시여, 저도 그 세 가지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 세 가지는 우리 스승님께 여쭤보면 해결해 줄 것입니다.” 제석천이 말하며 부처님께 안내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제석천에게 이렇게 이르시고 현녀들에게 가르침을 전했습니다. “제석천이여, 나의 제자들 중에 큰 아라한들도 이 이치를 알 수 없고 오직 큰 보살이라야 이 이치를 아느니라.”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을 듣기 이전에 여러분들 스스로 알아야 할 문제입니다.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항상 먼 곳에서 찾다보니 일생을 찾아도 부처가 못되고, 일생으로 염불해도 극락에 못가는 것입니다. 염불이 무엇입니까.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염주를 손으로 돌리고 입으로 부처님 이름을 부릅니다. 그런데 마음은 다른 곳에 가있습니다. 그것은 염불이 아닙니다. 송불誦佛입니다. 

참선하다가 선정에 든 가운데 극락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안내자가 하품하생下品下生부터 안내를 해줍니다. 하품하생에 연꽃들이 있는데 연꽃 속에 곶감 말려져있는 것 같은 것이 한 조각씩 넣어져있어요. 저 곶감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곶감이 아니라 생전에 송불하던 사람 입술만 잘라다가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몸은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답합니다. 입만 가지고 염불하면 입만 싹 베어다가 하품하생 연꽃 속에 가져다놓습니다. 마음속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이 염불인데 입만 가지고 염불하는 게 무슨 염불입니까. 그것은 그저 송불입니다.

화두 든다고 말하면서 마음은 다른 곳에 가있고 몸뚱이만 좌복에 앉혀놓습니다. 백년 천년 앉는다 한들 어떻게 성불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미륵 부처님이 출현하는 용화세계가 도래해도 성불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삼일밤낮만 탁상시계 다섯 개를 늘어놓고도 알람 소리가 안 들릴 때까지 화두를 들어보세요. 누구나 한 소식 다 할 수 있습니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지 마십시오. 평소에 공부를 부지런히 하면 ‘지금 깨달아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어도, 어떠한 경계에 부딪혔을 때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 인생오계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인생오계를 일러드리고자 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다섯 가지는 잘 지켜보자는 것입니다. 

첫 번째, 만족할 줄 알아라. 熟知滿足
두 번째,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라. 不德比較他人
세 번째, 옛사람의 자취를 소중히 여겨라. 尊重古人跡
네 번째, 스스로 반성하여 참회하라. 自覺反省慙悔
다섯 번째, 잠깐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마라. 可惜寸陰

만족하게 되면 욕심이 뚝 떨어져 가버립니다. 부족하단 생각이 있으니 도둑질도 하고, 주먹 불끈 쥐고 남 때리면서 뺏어가기도 합니다. 비교는 나보다 나은 사람하고 하게 됩니다. 나는 언제나 부족하게 느껴지지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옛 사람의 본받을 자취를 소중히 여기십시오. 이 세상 살아가며 밥 먹고 옷 입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죄 안 짓는 사람이 없습니다. 스스로 반성하여 참회해야 합니다. 그리고 잠시 잠깐이라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당부입니다.

삼대강령이 더 있습니다. 첫째, 이미 지나간 과거사에 얽매여서 근심하지 마십시오(過去事不愁). 둘째, 아직 닥쳐오지 않은 미래사에 걱정하지 말 것입니다(不患未來事). 셋째, 현재사에 얽매여서 이렇다 저렇다 하지 말 것입니다(不住現在念). 이것이 삼대강령입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사도 얽매이지 말고, 미래사도 얽매이지 말고, 현재사도 얽매이지 마십시오. 그저 배고프면 밥 먹고, 고달프면 잠자고, 할 일 있으면 하고, 쉴 거면 쉬세요. 그게 도인의 행각입니다. 지금 당장 도인이 아니라도, 하루를 살아도 도인이 되기 위해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고산 스님
쌍계총림 쌍계사 방장. 1948년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은사로 득도, 1961년 고봉 스님으로부터 전법게를 받았다. 청암사, 범어사 등 강원에서 후학을 지도했으며, 법륜사, 조계사, 은해사, 쌍계사 주지 소임을 맡았다. 조계종 제29대 총무원장, 조계종 전계대화상, 조계종 초대 호계원장, 제 5대 중앙종회의원,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조계종 법계위원 등을 역임했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선교일여도리禪敎一如道理’를 후학들에게 알리고 오로지 전법과 포교에 전념하면서 살아온 이 시대 선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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