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2-01 19:08
청소년들에게
 글쓴이 : 금강
조회 : 818  
 
  글쓴이 : 금강스님     날짜 : 2011-12-20 10:48    
며칠 전 해남의 한 중학교 3학년들과 23일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담배 피우는 아이들 20명과 함께한 시간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만만한 일정은 아니었다. 절의 예법을 익히고, 108염주도 함께 만들고, 탁본을 통해 문화적 소양을 기르는 시간도 가졌다. 무엇보다 정성을 들여 진행한 프로그램이 다도와 참선의 시간이었다. 몸 속에 쌓인 독소를 없애 육신을 정갈하게 가꾸고, 마음의 안정과 집중력 향상을 통해 정신을 바르게 세우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도 프로그램을 진행한 내게도 녹록치 않는 시간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질풍노도의 사춘기와 공부만 강조되는 현실 앞에 힘겹게 서있는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시간이었다.
지난주 경향신문에서 중학교 2학년생 다훈이(14,가명) 이야기를 봤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 잘하고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였던 다훈이, 성적이 오르면 엄마 얼굴은 밝아졌고, 성적이 떨어지면 차가워졌다. 다훈이는 자기 만족보다 엄마에게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외고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영어학원을 다녔다. 엄마가 사준 영어원서도 열심히 읽었다. 1 땐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엄마는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전교 1등도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무엇이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나? 
그런데 지난 1학기 성적이 반에서 하위 30%로 곤두박질쳤다. 그래서 시험 2~3주 전부터는 새벽까지 공부했다. EBS 교육프로그램을 시청하고 학원에도 열심히 다녔다. 친구들과 놀지도 않고, 과외도 했지만 한번 떨어진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가족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순위가 떨어진 성적표를 가져간 날 엄마는 다훈이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무시하는 엄마와 말리지 않는 가족들의 태도는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다훈이는 지난 1020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책상에는 A4용지 두 장짜리 유서가 놓여 있었다.
"나는 정말 죽어라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도 성적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나도 좋은 성적을 얻고 싶었는데 엄마는 친척들이 있는 데서 나에게 모욕을 줬습니다. 내 자존심은 망가졌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교육 현실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데 무조건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것이 싫습니다.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이 사회를 떠나고 싶어요."
다훈이 기사를 읽는데 가슴이 먹먹해졌다. 며칠 전 만난 중3 녀석들 얼굴이 겹쳐진 채 떠올랐다. 청소년의 절반가량이 우울증을 앓으며 10대들의 사망 1순위가 자살인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익숙하게 이 땅의 청소년들이 얼마나 힘겹게 현실을 견디며 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의 교육은 이제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때다 
고민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고민을 안고 있는 청소년들의 마음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그들이 당면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에 대해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 전혀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처능력 자체를 기르도록 돕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현대인들의 고뇌는 욕망을 극대화하는 속에서 과학력, 정보력, 물질력이 큰 소용돌이를 이끌고 있다. 그 속에 자신들의 대리인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그림으로 그리려하는데서 오는 결과이다. 다행스럽게도 한국불교에는 선수행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선은 자신의 근본적 평화로움과 자유의지를 드러나게 해주는 가장 근본적 치유방법이다. 이를 체계화하고 현대화하여 청소년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불교는 선수행을 통해 구체적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도법을 진행해왔다. 이를 현전일념(現前一念)’으로 표현해 왔다. 우리 전통문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도, 검도, 다도 등이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다도와 관련해서는 차를 마시는 행위와 선은 하나임을 의미하는 다선일미(茶禪一味)’가 강조되었다. 전통의 선수행법이 탁월하다 하더라도 출가자 혹은 불교수행에 관심 있는 일반인과 청소년은 각자 처한 현실과 자질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놓인 현실을 면밀히 분석해 그에 맞는 프로그램 계발이 필요하다. 근본적 치유방법은 부모가 청소년들에게 거는 기대감의 전환에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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