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10-21 23:23
그리운 도반 궁현스님
 글쓴이 : 금강
조회 : 5,214  


티끌세상을 벗어남은 보통일이 아니다.
고삐 끝을 꼭잡고 한바탕 일을 치루라
매서운 추위가 한번 뼛속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떻게 매화향기 코를 찌르랴
                                                        황벽


한바탕 일을 치루고나니 시원하십니까?

그리운 도반,
궁현스님

우리와 함께한 이번 생은
1985년 2월 18일
하얀 잔설이 날리고
매서운 바람이 불던 날.
그 머쩍은 웃음 살짝보이며
가야산문을 들어 오시던 날
시작되었지요.

현당 아궁이에 불짚히며
밥 짓던일이 힘들어도
한번
씩 웃으면
그만이던 스님

강당시절
열띤도론에
꺽이지 않던 고집을 부리다가도
한번
씩 웃으면
그만이던 스님

어느날
툭 털고 일어나
걸망지고 구름처럼 다녔지요.

대승사
각화사
해인사
동화사
칠불암
금산사
망월사
수도암
고운사
해운정사
백양사
범어사
수덕사
통도사.......

가는 곳마다
백척간두 진일보하듯
용맹정진한다는 소식이
저 땅끝구석까지
힘나게 들렸습니다.

스님은
대한민국 선방에
가는곳마다
용맹정진의 불을 지르고 다녔습니다.

스님은
침울한 한국불교에
활발발한 선풍을 일으키신 분입니다.

함께 정진하러 다니진 못하였으나
언제나 내 몫까지 정진한듯 든든하였습니다.

구름처럼 떠돌다
이제 산이 되어버린 궁현스님

부모잃은 슬픔보다
더한 먹먹함이
도반잃은 슬픔인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용맹정진의 매서운 향기와
그 머쩍은 웃음
도반들 가슴에 오래남아서
한국불교에 새로운 활발발한 기운이 될것입니다.


산은 모래알이 되어 눞고
바다는 메밀밭이 되어 서있네
다 변하여 본 모습이 하나도 없건만
단청빛 찬연한 어느 대웅전 앞
한번 무릅꿇고 앉아 부동한 사람의
천년전 안고 온 한 아름 연꽃만은
지금도 처음 그대로 있네
그 꽃빛
그 향기 온전히 있네
                                  청화


 해인사 행자도반 궁현스님이 지난 여름에 강원도 삼척해서 입적하였다.
우리 도반 중에 제일 먼저 몸을 바꾸었다.

이글은 김천 수도암에서 궁현선사의 사십구재를 하였는데
도반대표로 추모사를 하라고 하여 쓴 글이다.


우리 도반들은
사미계와 비구계 받을때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모여보지도 못하고
25년간 제방에서 열심히 다들 정진하였다.
갑작스런일로 인하여 원덕스님, 원장스님, 지도스님, 등운스님, 선관(일지)스님, 미공스님, 지인스님, 원유스님, 일륜스님, 나-금강
이렇게 모였다.

소식을 알 수 없는 월파(공제)스님, 진화스님, 원혜스님, 초암스님, 도안스님, 운수스님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제 어떻게든 우리가 1년에 한번은 만나자며
제일 나이 어린 내가 책임을 지고 연락하기로 전권을 위임 받았다.

11월 13일 대구 등운스님절인 삼보사에서
첫번째로 만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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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여우 09-10-26 10:31
답변 삭제  
비록 궁현스님을 한번도 뵙지않았지만
추모의 글을 통해 만나뵙는 듯 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만남의 시간이
어떤 식으로든
저희들에게도 전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건강하세요.
상희화 09-10-28 17:57
답변 삭제  
걸음하지 못한 괘불재 만나러 왔다가..
궁현스님를 뵙게 되었습니다
글 안에 여전히 잘 계시는 스님의 모습을 뵈오며
잠시 두손모아 합장의 예를 갖추어봅니다
"구름처럼 떠돌다 이제 산이 되어버린 궁현스님"을
그리는 스님의 향기가 이 가을 우리의 마음을 더 아리게 합니다

삼보사에서의 멋진해후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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