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11-14 13:54
템플스테이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글쓴이 : 템플스테
조회 : 8,590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자분이 배낭을 메고 사무실로 들어오는 표정이 그리 편안해보이지는 않더니 역시 참가동기를 보니 ‘요양’이란다. 이 분을 어떻게 해 드려야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다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 갈수 있을까. 불자도 아닌데다 말을 들어보니 지인의 소개로 미황사를 찾아 왔다는데 맞이하는 나로서는 많이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부담은 잠시, 절이라는 곳이 그 안에 있으면 한 마음이 놓여지고 놓여진 만큼 여유가 생기는 것일까. 짐을 풀고 절에서 제공하는 간편복을 입더니 여기저기 경내를 돌아보고는 주변 경치에 젖으며 한결 편안해 보이는 표정이 참 다행스러웠다.


2박3일 머물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그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짧지만 같이 지냈던 분들과 헤어짐을 아쉬워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황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꼭 다시 오겠다는 인사로 밝은 표정 지으며 떠나는 걸 보면서 참 반가움으로 배웅을 할 수 있었다. 다시 오겠다는 그 말이 반가워서였겠지.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을 보면 바쁜 일상에서 찌든 본인의 모습이 안쓰러워 아름다운 자연에 맡겨 심신을 맑혀보고자 오는 사람, 또는 불교 역사와 그 예절을 체험해보고 싶어 오는 사람, 심지어 예전에 몇 번 왔었지만 그냥 미황사가 좋아 시간 내서 오는 사람도 있다.


자기를 보호하는 방어벽에 갇혀 사는 도심 사람들이 사찰에 오면 휴우~ 마음을 놓는다. 마음을 서서히 열어 보이면 템플스테이를 담당하는 나도 한 마음으로 그들과 동화되고 함께 자연과 어우러진다.


참가자중에는 뭐가 그리 알고 싶은지 말을 많이 건네는 사람, 어떤 이는 그냥 내버려 둬 달라는 사람, 그나마도 말을 시켜야 겨우 하는 사람 등등 각색이지만 떠날 때는 하나같이 밝은 모습으로 다음을 기약한다. 사정상 다시 오는 것이 어려울지 몰라도 최소한 떠날 때는 다음에 또 만나고픈 마음이 진심일 것이다. 내가 그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진심으로 편히 쉬었다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미황사에서 템플스테이를 담당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미황사를 다녀간 몇몇 사람들과는 안부메시지 정도는 주고받는다. 멀어서 자주 올수 없는 그 분들에게 좋아했던 미황사를 가끔씩이라도 다시 생각나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미황사 소식을 전해주려 하는 것이다. 땅끝마을 달마산 미황사 하늘의 아름다움을 보면 오히려 내가 미황사를 그렇게 좋아했던 그 사람들 생각이 나곤 한다.


템플스테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사찰을 체험하는 것이라 사찰에서 생활하시는 스님들과 더불어 사찰 고유의 문화와 수행을 체험하는 것이다. 불자들은 사찰을 친숙해 하지만 타종교인들이 더러는 좀 어색하고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찰 저변에 깔려있는 한국전통문화를 편안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본다. 특히 외국인들은 새로움에 대한 신선함과, 지낼수록 편안함을 느끼면서 사찰생활에 익숙해지는 걸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은 분명히 통하고 있음을 느낀다. 가장 인간적인 생활(친 자연적인)과 가장 인간적인 욕구(나를 돌아보며 나를 찾으려는), 그리고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사찰이 아닌가 싶다.


잠깐 동안이라도 자연과 함께 지내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휴식을 가질 수 있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삶의 가치를 더해준다면 템플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은 분명히 우리들 삶에 좋은 영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불자가 아닌 경우 사찰 예절을 잘 몰라서 좀 어긋나게 생활했더라도, 진정 마음 편안함을 느끼고 돌아갔다면 미황사 부처님은 그들을 예의없는 사람이라 나무라진 않을 것이다. 병풍을 두른 듯한 기암이 절경인 달마산 품에 자리한 미황사, 아름다운 이 곳에 계시는 부처님 품은 어떤 이도 모두 감싸 안고도 남으리라.

(월간붓다 11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템플스테이 담당 박경숙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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